“예수께서 거리에 나타났다. 예수는 병자를 치유하고 고통과 슬픔에 빠져 있는 자를 위로했다. 많은 사람이 예수를 찾았다. 그들은 예수 주위에 모여 말씀을 듣고 은총을 받고 있었다. 소문은 주교에게도 들렸다. 주교는 예수를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골목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고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 ‘주님, 왜 이렇게 나타나셔서 우리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입니까? 이 땅은 우리에게 맡겼으니 간섭하지 마시고, 당장 천국으로 돌아가십시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구절이다. 19세기 부패하고 권력화한 러시아 정교회를 풍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낸 한완상씨는 최근 <한국 교회여 낮은 곳에 서라>를 펴냈다. 이 책은 1978년 출간한 <저 낮은 곳을 향하여>를 다시 출간한 것이다. 한 전 부총리는 “교회 현실이 31년 전보다 더 열악해졌기에 책을 다시 내놓았다. 세상은 달라졌는데 교회 권력은 더 타락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기에는 너무 어두컴컴하고, 세상의 소금이 되기에는 너무 역겨운 냄새가 번져 나온다고 했다.

  
ⓒ화덕헌
예수에 무관심한 교회


교회와 교인이 세상의 비난을 받는다. ‘예수는 좋은데 교회는 싫다’는 말이 어제오늘의 현상만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개신교의 추락은 뚜렷하다. 속도도 빨라졌다. 특히 젊은 신자들의 이탈이 눈에 띈다. 신자가 이탈하자 목사들이 급해졌다. 다급한 목사들은 거리로 나서기도 한다(40쪽 상자 기사 참조).

지난 8월 <시사IN> 조사에서 개신교의 신뢰도(26.9%)는 천주교(66.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중복 응답). 지난해 10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조사에 따르면 가장 신뢰하는 종교는 가톨릭(35.2%), 불교(31.1%), 개신교(18%) 순이었다. 특히 20~30대 응답층에서 개신교에 대한 불신이 컸다. 가톨릭·불교·원불교 신도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개신교만 뒷걸음질 친다. 2005년 통계청 조사에서 종교인 분포는 불교 22.8%, 개신교 18.3%, 천주교 10.9% 순이었다. 인구 46.9%에 이르는 비종교인의 3분의 2가 한때는 개신교인이었다고 응답한 점을 감안하면 개신교의 신뢰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젊은이들은 기독교를 ‘개독교’로 부른다. 문대골 목사(예수살기 상임대표)는 “기독교인으로서 곤혹스러운 미래가 펼쳐져 있다. 개인적인 종교 활동마저 어려울지 모른다. 교인들이 목사만 바라보고 추앙하는 한 기독교의 미래는 어둡기만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권력이 된 교회, 종교화한 권력


교회는 왜 욕을 먹을까? 한국 교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점은 교회가 예수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예수는 낮은 곳으로 내려갔는데, 한국 교회와 교인들은 높디높은 곳으로만 올라가려 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한국 개신교는 권력의 한 축이 되어 군림하는 종교가 되었고, 대형 교회를 지향하는 부자들의 종교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인물들이 반기독교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개신교에 대한 비판은 더욱 심화되었다.

1970~1980년대 한국 교회는 전 세계 기독교가 경악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세계적 미래학자이자 종교사학자인 필립 젠킨스(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석좌교수)는 저서 <신의 미래>에서 “반정부 지도자 김대중은 로마 가톨릭 교회가 박정희 독재에 맞선 영적 싸움의 중심축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기독교인의 수가 증가한 이유는 교회가 고난을 겪으면서 얻은 신망 덕분이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에서 고난을 찾기란 어렵다. 고난을 당한 사람 곁에 있는 것도 찾기 어렵다. 한국 교회는 권력 핵심부에 당당히 들어가고 있다. 개신교 신자들이 한국을 움직이는 파워 엘리트로 떠올랐고, 목사들이 직접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에 몸을 담거나 영향력을 행사한다. 길희성 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는 “개신교 보수 세력이 뉴라이트로 정치화·조직화·세력화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그들의 도움을 받아 당선했다. 대통령이 그 정치세력과 직·간접으로 연계돼 있는 과정에서 공과 사를 구분치 못한 공직자들의 무분별한 언행이 종교 갈등을 낳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문대골 목사는 “대형 교회 출신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현 정권의 일선에 나서면서 개신교 전체가 보수적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문제는 권력 핵심부에 포진한 보수 개신교 세력이 민심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선언이 뒤따랐다. 그러자 보수 개신교 세력이 정부의 구원자 노릇을 했다. 조용기·정진경·엄신형 등 기독교 원로 목사 33명은 “소수의 지식인이 발표한 편향된 입장이 사회 근간을 해친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는 조선일보에 ‘어둠의 세력을 몰아내주소서’라는 제목으로 광고를 냈다. “일부 지식층이라는 사람들의 시국선언으로 자유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사람들과 공산 이데올로기에 미혹된 사람들의 대립이 극에 달해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김진홍 목사는 “감당할 자질이나 능력이 없이는 굳이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려 들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노 전 대통령 죽음을 폄하했다.

“어느 교회 다니세요?”


보수 개신교 세력 가운데 일부는 친일·친미·친군부·친재벌 세력과 맥을 함께한다. 일부 원로 목사들은 1960년대부터 대통령 조찬기도회를 열어 독재정권을 찬양했다. “군사혁명이 성공한 것은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유신은 세계 정신사적 새 물결이며 성서적 축복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광주사태 때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악을 제거하고 정화해주었다.” 이들은 3·1절, 광복절 등에 대규모 기도회를 열고, 반김대중·반노무현·반북노선에 나서자고 선동했다. 그리고 교회 안 진보 세력의 움직임에는 정교분리에 위배된다고 비난했다.

보수 개신교 인사들은 미국 정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 기독교 우파를 지향한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철학자 마크 릴라는 저서 <사산된 신>에서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신앙과 신념이 국가 정책을 좌우하면서 미국 정치는 종교적 열정에 휘둘리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한국 개신교의 정치 권력화에 경고음을 울린 것이다.

교회가 성장을 추구하고 황금 만능주의·상업주의·성공주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재벌을 닮은 일부 대형 교회는 규모를 키우는 것이 복음의 전부인 양 치중했다. 대형 교회들이 지교회를 세우는 것은 재벌의 문어발 경영을 빼닮았다. 또한 재벌처럼 교회를 세습한다. 부의 특권과 돈이 지배하는 논리는 교회 안에서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파의 교회들이 모두 이 좁은 한국 땅에 모여 있다. 거대한 노아의 방주 같은 교회 안에는 탐욕적이고 교만한 생명체가 득실거리고 있다”라고 적었다.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3·1절과 광복절 때 대규모 시국 집회를 연다.
높고 높은 이명박 정부


대형화로 교회의 외형적인 힘이 커졌을지 모르지만 한국 교회가 우리 민족을 선도하는 면에서는 대단히 미흡했다. 일부 대형 교회는 사랑보다 성공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어느 교회를 다니는지, 어떤 목사를 섬기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었다. 신광은 목사(열음터교회)는 “한국 교회의 죄악 중 가장 심각한 것이 메가처치(대형 교회) 현상이다. 한국 교회의 부패와 타락의 주원인이다”라고 말했다. 박득훈 목사(언덕교회)는 “대형 교회 목사가 주고자 하는 영적인 상품은 성공의 복음, 값싼 은혜다. 교회가 하나님 공동체가 아니라 소비 공동체로 변모했다”라고 말했다.

교회가 전도 그리고 헌금과 십일조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라는 성서 구절을 강조하는 교회는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일찍이 예수는 맘몬을 경계했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맘몬)을 함께 섬길 수 없다.”(누가복음 16장13절)

이명박 정부의 부자 정책과 권력층의 반성서적 행태는 반기독교 정서를 확산하는 데 기름을 부었다. 정부 세제 개편의 핵심은 소득세·법인세·종부세 완화 등 부자 감세였다. 김상근 교수(연세대 신학과)는 “이명박 정부가 개신교 정부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한 일부 개신교계 인사가 논란을 부추겼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서경석 목사는 “기독교가 마치 부자들의 종교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수는 낮고 천한 곳에 있었다. 마구간에서 태어나 말 ‘구유’에 몸을 뉘었다. 가난한 목수로 옷은 한 벌뿐이었다. 큰 교회를 꾸리지도 않았고 산에서 기도했다. 항상 낮은 곳에서 부당한 권력에 맞서 사랑을 베풀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높디높은 곳에 우뚝 서 있다. 부자와 기업 등 힘 있고 가진 자에게만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용산 참사 유족들의 목소리는 200일 넘게 무시되고 있다. 진보적 견해의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미디어법과 쌍용자동차 노조 문제, 용산 참사, 남북관계 등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가 ‘반성서적’이라고 규탄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의 57%, 청와대 수석의 50%, 청와대 비서관의 39%가 개신교 신자였다. 지금도 소망교회를 비롯한 대형 교회 출신 인사들이 권력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실세 개신교인이 보여준 도덕성은 심각한 지경이었다.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추부길 목사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사탄의 무리’라고 비난했다. 정작 자신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성이 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재임 당시 ‘양극화는 신앙심이 부족한 탓이다’라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논문 표절과 투기·세금 탈루 등으로 취임 4개월 만에 사직했다.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은 제자 논문 표절 의혹과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표를 제출했다. 최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와 김준규 검찰총장까지. 정부 요직에 오르는 사람은 대부분 개신교인인데 예수를 섬긴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 부동산 등 재물을 섬기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보수 개신교 인사들 사이에도 권력층의 행태가 반기독교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스티븐 와인버그는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종교가 있든 없든 선한 일을 하는 좋은 사람과 악한 일을 하는 나쁜 사람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악한 일을 하려면 종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의 분석이 한국 교회, 한국 사회에는 통용되지 않기를 기도한다.